일상 생일 선물로 받은 것들 2012/05/13 21:10 by

생일 선물 자랑이 점점 늦어진다. 체면치레를 세우게 되어서는 절대 아니다. 게으름을 피우다 피우다 이제는 자랑마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작년에는 두 주 늦었는데 올해는 일곱 주. 아깝다, 조금만 힘냈으면 두 달 채울 수도 있었다.

조셉조셉의 인덱스 도마. 생선, 고기, 조리식품, 야채 손질에 각각 파랑, 빨강, 하양, 초록색의 전용 도마를 사용하도록 구상된 물건이다. 날고기를 썬 도마에서 양상추를 썰 때의 찜찜함이 없고, 바쁘게 조리하다 말고 도마를 씻어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크기가 작아서 대가족에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나처럼 혼자 살면서도 오만 가지 다 해먹는 유희형 요리인에게는 딱이다.

샴페인과 영화 '아티스트'의 OST 앨범. 키티 지퍼백에 든 것은 딸기차다. 샴페인을 좋아하지만 혼자서는 안 마신다. 한 병을 다 비우기에는 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샴페인만 마셨다 하면 헤실헤실 실없는 사람이 되는데, 그 모습을 봐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깝다. 이래저래 샴페인은 술친구를 꼬여내는 날에만 마시는 술이다.

스팀크림.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일단 패키지가 예쁘다. 색색가지 양철깡통을 놓고 꺅꺅대며 하나씩 나눠 가졌다.

생일 선물로 케이크 하나를 통째로 받는 것도 좋지만 조각 케이크를 여럿 받는 것도 좋다. 피카의 스웨디시 당근 케이크, 쵸코 바나나 퍼지 케이크, 헤이브라운 케이크. 얘랑 나랑은 수십 년 간 케이크를 같이 먹어 온 사이다. 처음 만났을 무렵에는 나는 단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며 중년답게 단 것을 밝히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위가 줄어들어 버린 것이다. 둘이서 케이크 세 조각을 못 해치우고 남은 것을 싸가는 굴욕을 겪었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옥수수 머핀을 더 사고, 모처럼 르 알래스카 매장에 들러 빵도 더 샀다.

생일선물이라기는 뭐하지만 덤으로 받은 수세미용 아크릴사, 그리고 도어스톱. 수세미를 직접 떠서 쓰겠다는 원대한 야심을 품고 동대문까지 행차해 보라색 아크릴사를 골랐다. 제일 좋아하는 색이고, 낡아도 덜 흉하겠다는 속내도 이었다. 하지만 수세미란 것은 생각보다 오래 쓰는 물건이었다. 3년 이상 보라색 수세미를 쓰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던 참인데 다른 색 수세미를 쓸 기회가 왔다. 사소한 문제라면 남은 보라색 실로 아직 반 년은 더 버틸 수 있다는 것 이다.

도어스톱은 연약해보이지만 제법 묵직하다. 이걸 쓰면 집 안에서 딴생각하며 뒷걸음질 치다 방문에 엉덩이를, 그것도 문 앞면에 아니라 옆면에 부딪히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생일선물이라기는 뭐하지만 역시 덤으로 받은 베이컨. 이미 나의 뱃살로 편입되었다.

트위터에서 들었다, 알라딘에서 예술서를 사면 KEEP CALM AND CARRY ON 포스터를 준다는 것을. 나는 원래 경품 행사에는 절대 참가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방면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안행운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로또를 사 본 게 딱 두 번인데, 통틀어 단 하나의 숫자도 맞추지 못했다. 그밖에도 숱한 전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너무 갖고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벤트 페이지를 구경하는데 갖고 싶던 책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50% 할인으로.

셀프 생일선물을 하는 것 말고 나에게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는가.

셀프 생일선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누구나 짐작하듯 원흉은 세일이니 언제나 그렇다 나의 인생은. 로열 코펜하겐 사이트에서 30% 할인하는 사각접시를 골랐다. 뒤의 상자는 일전에 포스팅한 궁극의 머그인데 선물용이다. 써보고 좋은 것은 선물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세트는 이미 선물해서 사진에는 두 세트만 있다.

예상보다 작고, 예상보다 묵직하다.

카페올레, 키위, 딸기잼, 클로티드 크림, 피카의 옥수수 머핀. 어느 날의 간식이다.

2011년 7월, 로열코펜하겐 사이트의 해외 무료 배송 액수는 70유로였다. 하지만 내가 딱 맞춰서 구입한 후 130유로로 되었다. 그리고 2012년 3월, 다시 한 번 딱 맞춰 구입하고나자 무료 배송 기준이 다시 340유로로 인상되었다. 세일 상품만 가지고 무료 배송 액수를 맞추면서도 관세는 피하게 장바구니 구성하기야말로 나의 필살기이다. 나의 구매 역사가 로열코펜하겐의 배송 정책 변경에 기여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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