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날아온 메일이 나를 고뇌로 몰아넣었다. 미국 사는 지인인데, 4월에 한국 나가니 필요한 거 있으면 사다 주겠단다. 그래, 나의 물욕은 미국까지 소문났다. 자랑스럽다. 문제는 언제나 똑같다.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걸 사느냐.
당연히 부츠였다. 연말 세일 때 부띠끄나인 싸이하이 부츠를 거의 결제하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그 큰 걸 한국에서 받으려면 배송료가 얼마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겼다. 그래도 싸지만 배 아프잖아. 냅다 지르고 싶지만 있을 리 있나. 사실은 사지도 않을 거면서 틈틈이 들락거려 결국 품절된 걸 확인하는 자기학대적 쾌락을 이미 즐겼다.
하지만 지름엔 언제나 대타가 존재하는 법.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부츠님과 함께 물망에 오른 게 두 켤레 더 있었다.


어느 걸 질러야 하나. 둘 다 살 수는 없다. 부츠 한 켤레도 미안한데 어떻게 두 켤레를 지고 오라고! 트렁크 다 차겠네.
어느 모로 보나 2번이 낫다. 하루에 만 보가 아니라 삼만 보도 거뜬한 생활에 저 정도 굽을 사야지 9센티가 웬 말이냐. 평소 하고 다니는 모양새와 어울리는 것도 단연 2번이다. 만일 1번을 사면, 구두에 어울리는 옷을 새로 사야한다고 설레발치는 포스팅을 곧장 올릴 거라는 데에 100원 건다. 나아가 저 사슬을 끌고 다니려면 무거워서 어쩌나. 안 그래도 기본기가 부족한 나한테는 무리다. 마라톤화 신고도 툭하면 넘어지고 부딪히고 미끄러지는 훌륭한 운동신경 혹은 균형감각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할인가는 비슷한 가운데 원래 가격 또한 2번이 높다.
그런데도 미련을 못 버린다. 아무래도 이름 때문인 것 같다. 이 녀석 이름은 무려 Jawbreaker. 뜻은 따로 있지만 나에게는 느끼한 남자의 턱을 날렵하게 돌려차는 멋진 언니밖에 안 떠오른다. 조만간 턱을 날려버릴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멋지다. 이름을 보자마자 눈이 하트가 되었다 - 사랑에 빠진 순간.

나만 그런지 아니면 남들도 그런지. 고민이 지나치면 엉뚱한 방향으로 튄다. 오래 오래 오래 고민하다 진이 빠져,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이다.



4번은 다른 건 몰라도 짧아 보일 건 확실하다. 그치만 원래 짧은 다리가 뭘 신는다고 얼마나 길어 보일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예쁜 신발을 외면하나.
5번이나 6번으로 정하면 둘 중 어떤 걸 사냐로 또 며칠 고뇌할 게 뻔하다. 고뇌의 고뇌를 하다니, 아무리 고뇌가 취미라도 그건 아니다.

(사진은 모두 나인웨스트 공식홈ninewest.com에서 가져왔어요)




덧글
고르다가 다른걸 고르는 연산은 에라 모르겠다 다 엎어라고 합니다. 그때 영 엉뚱한걸 고르게 될 수 있으니 요주의.
9cm부츠도 나름 신을만해요, 어차피 두번째 세번째 부츠도 그리 편하진 않을거라고 샥샥 꼬득꼬득~(''~)
...아니 발 사이즈도 달라서 못신겠다고 던져도 나한테 이득없는데 왜 이러냐고 하면 그냥>3<
에라 모르겠다가 좋긴 좋은데 너무 자주 해서 쬐끔 문제라는;;; 어쩌면 화장품이나 팬티;;;로 바뀔지도 몰라.
원피스는 이건데요, 입고 나간 적도 없으니 본적이 없으실터.
무늬 현란한 블라우스라면... http://fmoc.egloos.com/1606385 여기서 블라우스 사진 두장 중의 어느것? 얘네는 나름 잘 입었는데 두번째것은 물세탁한것이 문제였는지 갈수록 아줌마삘이 난다고 해서 서글펐습죠( '')a
근데 그 원피스는 너무하다. 모델조차 뚱뚱해 보이는 옷을 어떻게 입라는 거냐 ㅠ_ㅠ 모델 언니 지못미.
...이럴수가아아아아orz
전 그 블라우스에는 한점 불만도 없습니다>3< 실크는 진리요 빛이요 생명일지니'3' 모델 전혀 안부해보이고, 만약 했다면 모델언냐에게는 적당했을 기장이 내가 입으니 허벅지까지 오네 꺄르륵 정도였겠지요( '')a
...드라이클리닝을 안하고 홈드라이세제에 담궈둔 탓인지 몇번 입다보니 애가 좀 상태 메롱이 된것빼고는>3<
요새 과학문명이 발달해서, 어지간하면 괜찮아.
2010/02/05 20:50 #
비공개 덧글입니다.저는 1번으로 65%쯤 마음을 정했는데, 발볼 W는 딱 맞는 사이즈밖에 없어서 살짝 갈등 중이에요. 양말 신고 혹시 깔창까지 넣으려면 한 사이즈 컸으면 좋겠는데 그건 M밖에 없고;;; 아악! 볼넓은 사람은 괴로워요.
저런건 발도 안아프고 편해요 ㅠㅠ 높은 굽임에도... 앞에 깔창 하나만 깔아줘도 막 뛰어다닐 수 있을듯
말씀대로 깔창 깔아야겠어요. 앞굽 없으니 발바닥 아플 것 같아요ㅠ_ㅠ
멜님의 안목을 믿고 1번으로 갈까 합니다. 65%쯤 넘어왔어요. 쬐끔만 더 고민해 보고;;;
전 2번 추천해볼래요 으흐흐.
일명 메텔부츠. 정말정말 이상향의 부츠인데, 두껍게 입고 신을 수 없잖아요?
하지만 전 겨울엔 항상 기본 4겹이상. 전 안될거예요,아마.
2번을 산다면, 딱 붙는 하이넥 칠부 소매 흰 블라우스에 생지 진 핫팬츠 입고 신을래요. 아니면 몸에 잘 맞는 흰 셔츠 블라우스에 역시 핫팬츠, 줄무늬 니트 넥타이 메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