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떤 걸 살까요 2010/02/05 20:14 by

어젯밤 날아온 메일이 나를 고뇌로 몰아넣었다. 미국 사는 지인인데, 4월에 한국 나가니 필요한 거 있으면 사다 주겠단다. 그래, 나의 물욕은 미국까지 소문났다. 자랑스럽다. 문제는 언제나 똑같다.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걸 사느냐.

당연히 부츠였다. 연말 세일 때 부띠끄나인 싸이하이 부츠를 거의 결제하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그 큰 걸 한국에서 받으려면 배송료가 얼마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겼다. 그래도 싸지만 배 아프잖아. 냅다 지르고 싶지만 있을 리 있나. 사실은 사지도 않을 거면서 틈틈이 들락거려 결국 품절된 걸 확인하는 자기학대적 쾌락을 이미 즐겼다.

하지만 지름엔 언제나 대타가 존재하는 법.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부츠님과 함께 물망에 오른 게 두 켤레 더 있었다.

이거랑

이거다.

어느 걸 질러야 하나. 둘 다 살 수는 없다. 부츠 한 켤레도 미안한데 어떻게 두 켤레를 지고 오라고! 트렁크 다 차겠네.

어느 모로 보나 2번이 낫다. 하루에 만 보가 아니라 삼만 보도 거뜬한 생활에 저 정도 굽을 사야지 9센티가 웬 말이냐. 평소 하고 다니는 모양새와 어울리는 것도 단연 2번이다. 만일 1번을 사면, 구두에 어울리는 옷을 새로 사야한다고 설레발치는 포스팅을 곧장 올릴 거라는 데에 100원 건다. 나아가 저 사슬을 끌고 다니려면 무거워서 어쩌나. 안 그래도 기본기가 부족한 나한테는 무리다. 마라톤화 신고도 툭하면 넘어지고 부딪히고 미끄러지는 훌륭한 운동신경 혹은 균형감각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할인가는 비슷한 가운데 원래 가격 또한 2번이 높다.

그런데도 미련을 못 버린다. 아무래도 이름 때문인 것 같다. 이 녀석 이름은 무려 Jawbreaker. 뜻은 따로 있지만 나에게는 느끼한 남자의 턱을 날렵하게 돌려차는 멋진 언니밖에 안 떠오른다. 조만간 턱을 날려버릴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멋지다. 이름을 보자마자 눈이 하트가 되었다 - 사랑에 빠진 순간.

갈팡질팡하다보니 생각 없던 이 녀석까지 예뻐 보인다. 위험하다. 이쯤 되면 어떻게 귀결될지 뻔하다. 비슷한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데자뷰가 아니라 패턴.

나만 그런지 아니면 남들도 그런지. 고민이 지나치면 엉뚱한 방향으로 튄다. 오래 오래 오래 고민하다 진이 빠져,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이다.

그게 이거고

이거고

이거다. 부츠에서 스니커즈로 돌아서다니 그 과정에서 무슨 연산이 이루어졌나.

4번은 다른 건 몰라도 짧아 보일 건 확실하다. 그치만 원래 짧은 다리가 뭘 신는다고 얼마나 길어 보일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예쁜 신발을 외면하나.

5번이나 6번으로 정하면 둘 중 어떤 걸 사냐로 또 며칠 고뇌할 게 뻔하다. 고뇌의 고뇌를 하다니, 아무리 고뇌가 취미라도 그건 아니다.

포스팅하려고 사진 찾다 보니 이 녀석까지 눈에 들어온다. 아, 안 돼. 나 웨스턴 부츠 있어. 근데 마지막으로 신은 지 1년도 더 지났어. 그리고 그게 더 예뻐.

(사진은 모두 나인웨스트 공식홈ninewest.com에서 가져왔어요)


핑백

  • 프리글루 : 부츠 주문, 구패딩 가니 신패딩 오네, 발레 등록 2010-02-11 21:16:54 #

    ... 1 성원에 힘입어 부츠 주문했다. 변태 아저씨 턱을 날리는 멋진 언니가 되고 싶어서 1번으로 낙찰. 이제 발차기 연습만 하면 된다. Jawbreaker의 정상 가격은 14 ... more

  • 프리글루 : 생일 선물 자랑 2010-04-25 21:30:28 #

    ... 츠나 검은 브이넥 스웨터에 입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요즘 같아서는 5월에도 터틀넥 스웨터만 믿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래고 대망의 셀프 선물. 난리난리 골라서 요란뻑적 주문한 부츠가 드디어 왔다. 마무리로 사진 찍겠다고 다시 한 번 오두방정.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자기 구두를 찍으며 초현실적인 다리가 안 되 ... more

덧글

  • F모C™ 2010/02/05 20:19 #

    사려던 거 못사서 다른 걸 대신 샀는데 그건 엄청 부~해 보이는데다 집에서 편하게 입기에도 애매한 희고 부하고 속이 다 비쳐서 슬립을 받쳐입어야하는 애매모호한 모델언냐 지못미의 원피스였다죠. 정신차리고보니 모델언냐도 영 아닌 이모님으로 보이더라는( '')a
    고르다가 다른걸 고르는 연산은 에라 모르겠다 다 엎어라고 합니다. 그때 영 엉뚱한걸 고르게 될 수 있으니 요주의.
    9cm부츠도 나름 신을만해요, 어차피 두번째 세번째 부츠도 그리 편하진 않을거라고 샥샥 꼬득꼬득~(''~)
    ...아니 발 사이즈도 달라서 못신겠다고 던져도 나한테 이득없는데 왜 이러냐고 하면 그냥>3<
  • 2010/02/07 01:02 #

    그 옷 내가 본 옷 같아^^;;; 그 때 그 무늬 현란한 블라우스 아님?
    에라 모르겠다가 좋긴 좋은데 너무 자주 해서 쬐끔 문제라는;;; 어쩌면 화장품이나 팬티;;;로 바뀔지도 몰라.
  • F모C™ 2010/02/07 01:05 #

    http://fmoc.egloos.com/1611819
    원피스는 이건데요, 입고 나간 적도 없으니 본적이 없으실터.
    무늬 현란한 블라우스라면... http://fmoc.egloos.com/1606385 여기서 블라우스 사진 두장 중의 어느것? 얘네는 나름 잘 입었는데 두번째것은 물세탁한것이 문제였는지 갈수록 아줌마삘이 난다고 해서 서글펐습죠( '')a
  • 2010/02/07 22:18 #

    제일 처음 거!
    근데 그 원피스는 너무하다. 모델조차 뚱뚱해 보이는 옷을 어떻게 입라는 거냐 ㅠ_ㅠ 모델 언니 지못미.
  • F모C™ 2010/02/07 22:27 #

    핫 그렇다면 그 까만 실크 블라우스가 이모님으로 보인다고 하시는∑(┑━
    ...이럴수가아아아아orz
  • 2010/02/09 00:07 #

    어이어이, 그 블라우스 입고 나온 날, 아무도 아무 소리 않은데 먼저 부해 보이느니 모델조차 이상했다느니 떠든 게 누군데> 그 날 네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나는 알고 있다냐용.
  • F모C™ 2010/02/09 00:10 #

    ...그날 한 얘기가 저 흰 원피스 얘기일겁니다요( '')a
    전 그 블라우스에는 한점 불만도 없습니다>3< 실크는 진리요 빛이요 생명일지니'3' 모델 전혀 안부해보이고, 만약 했다면 모델언냐에게는 적당했을 기장이 내가 입으니 허벅지까지 오네 꺄르륵 정도였겠지요( '')a
    ...드라이클리닝을 안하고 홈드라이세제에 담궈둔 탓인지 몇번 입다보니 애가 좀 상태 메롱이 된것빼고는>3<
  • 2010/02/10 21:53 #

    그, 글쎄. 나는 실크는 물론, 캐시미어도 세탁기로 빠는 사람이어서;;;
    요새 과학문명이 발달해서, 어지간하면 괜찮아.
  • 2010/02/05 20: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2/07 01:03 #

    채찍은 이미 있습니다. 동유럽에서 수입한 건데, 사슴 가죽을 세 가닥으로 꼬아서 만들었어요. 무게가 있으니 균형을 잡기 위해 끝쪽에 은으로 된 추를 달았는데 골등품인줄 알았더니 모조품이라는군요. 손잡이는 벨벳인데 와인색이었으면 좋았을 걸 검은 색이라서 아쉬움이...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ㅠ_ㅠ
  • xmaskid 2010/02/05 22:47 #

    나인웨스트 부츠군요 ㅎㅎ 저는 2번 사고싶은데 역시 회사에는 못 신고갈게 뻔해서 ㅠㅠ 닥터마틴으로 그거랑 비슷한데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게 있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런 스타일은 고등학생 고스goth들이 많이 신어서 그런지 반응이 안 좋더라구요 ㅠㅠ
  • 2010/02/07 01:08 #

    미국에서 고스족은 십대 여자아이 막장의 최고봉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어찌 보면 약물 중독 이런 것보다도 더-_-;;; NCIS나 트와일라잇으로 인식이 좀 좋아졌으려나. 플랫폼은 없으니 고스족 아니라고 우겨 보면 어떨런가요?

    저는 1번으로 65%쯤 마음을 정했는데, 발볼 W는 딱 맞는 사이즈밖에 없어서 살짝 갈등 중이에요. 양말 신고 혹시 깔창까지 넣으려면 한 사이즈 컸으면 좋겠는데 그건 M밖에 없고;;; 아악! 볼넓은 사람은 괴로워요.
  • 야간진료 2010/02/06 00:03 #

    아... 첫번째 부츠가 너무 예쁘군요ㅠㅠ 저 둥그런 앞코... 굽이 참 튼튼하고 두꺼워보여요.
    저런건 발도 안아프고 편해요 ㅠㅠ 높은 굽임에도... 앞에 깔창 하나만 깔아줘도 막 뛰어다닐 수 있을듯
  • 2010/02/07 01:10 #

    1번으로 65% 넘어갔습니다. 굽이 두꺼운 거, 중요합니다. 걷기 능력이 부족해서 가느다란 굽은 못 신어요. 아찔한 스틸레토, 이런 것도 참 로망인데 말이죠.

    말씀대로 깔창 깔아야겠어요. 앞굽 없으니 발바닥 아플 것 같아요ㅠ_ㅠ
  • 물풀 2010/02/06 00:16 #

    저는 3번도 예쁘네요 ㅠㅠ
  • 2010/02/07 01:13 #

    저도 미련이 남는 게, 저런 모양은 흔한데 색깔은 드물잖아요ㅠ_ㅠ 근데 설명 보면 색이 MED GREY라고 되어 있어요. 아무리 봐도 베이지인데 내 눈이 삐꾼가;;;
  • catberry 2010/02/06 03:13 #

    앗.. 회색 레오파드 스니커즈가 너무 예쁘네요!
  • 2010/02/07 01:14 #

    애니멀 프린트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올해부터 도전해 보려구요. 그런 저의 심금을 울린 스니커즈 ㅠ_ㅠ 회색이 더 예쁘긴 한데 뉴밸런스 회색 스니커즈가 이미 있어서... 아무튼 고민좀 작작 해야 하는데 성격이 문제입니다.
  • melory 2010/02/06 12:27 #

    저는 1번! 무조건 1번!
  • 2010/02/07 01:16 #

    앗 멜님~ 제일 묻고 싶던 분이 왕림하셨군요.
    멜님의 안목을 믿고 1번으로 갈까 합니다. 65%쯤 넘어왔어요. 쬐끔만 더 고민해 보고;;;
  • bluexmas 2010/02/07 01:44 #

    으음, 여자 부츠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군요. 저는 웨스턴 부츠 취향이네요. 그런 비슷한 신고 다니기도 합니다.
  • 2010/02/07 22:20 #

    뭘요, 저는 발볼이 넓은 덕분에, 구두덕의 세계에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여자 구두의 심오한 세계를 얼핏이라도 보여주는 여친님이 안계셨나보군요.
  • 달에 2010/02/07 22:52 #

    2...2번은 제 평생의 로망의 부츠군요.
    전 2번 추천해볼래요 으흐흐.
    일명 메텔부츠. 정말정말 이상향의 부츠인데, 두껍게 입고 신을 수 없잖아요?
    하지만 전 겨울엔 항상 기본 4겹이상. 전 안될거예요,아마.
  • 2010/02/09 00:13 #

    저 메텔 코트는 있답니다! 검은 색이 아니라 청록색이지만, 털달린 케이프 달린, 몸통은 딱 맞고 허리부터 발목까지 넓게 퍼지는 코트에요, 헤헷.

    2번을 산다면, 딱 붙는 하이넥 칠부 소매 흰 블라우스에 생지 진 핫팬츠 입고 신을래요. 아니면 몸에 잘 맞는 흰 셔츠 블라우스에 역시 핫팬츠, 줄무늬 니트 넥타이 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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