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츠 주문, 구패딩 가니 신패딩 오네, 발레 등록 2010/02/11 21:11 by

1

성원에 힘입어 부츠 주문했다. 변태 아저씨 턱을 날리는 멋진 언니가 되고 싶어서 1번으로 낙찰. 이제 발차기 연습만 하면 된다. Jawbreaker의 정상 가격은 149달러인데 세일해서 99.99달러다. 여기에 부츠 떨이 시즌인 관계로 50% 추가 할인되어 다시 49.99달러. 마침 50달러 이상이면 미국 내 무료 배송이었다. 살짝 두근두근했는데 나인웨스트가 1센트 때문에 치사하게 굴지는 않았다. 내 사이즈가 주문하자마자 품절되어 기쁨을 더했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 남은 상처투성이가 오면 어쩐다냐.

2.

2010 경기북도 추위에서 나를 지켜준 긴 패딩코트가 갔다. 멀리 간 건 아니고 드라이 갔다. 모자 쓴 채 목도리를 둘둘 감고 어그를 신으니 영하 23도에도 의외로 괜찮았다. 흰 패딩에 분홍 목도리, 거기에 어그까지 분홍. 중학생 이상이면 하지 말아야 할 차림새지만 그런 거 따질 게제가 아니었다, 게제가! 될 대로 되라지, 장갑도 분홍색 꼈다.

어디로 보나 눈사람이 목도리 두르고 가는 꼴이다. 지나가는 사람이란 사람이 다 쳐다보다 간혹 넘어지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걷는 데에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는 아무리 멋 내는 여자도 겨울에는 솜바지를 안 벗는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더랬다. 설마 싶었는데 사실이었나 보다. 날씨가 이 모양이면 남의 시선 신경 쓸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남 역시 나한테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녀석이 마음 편히 드라이 갈 수 있었던 건 뉴비가 왔기 때문이다. 최종 세일가로 짧은 패딩을 샀다. 보라색과 카키색 사이에서 머리 터지게 고민하다 전자를 골랐다. 그런데 아뿔싸, 보라색 바지가 세 벌이나 된다는 걸 집에 와서야 깨달았다. 교환할 것인가 아니면 환불? 재차 고민에 돌입하려는데 너무 춥다. 어떻게 된 일일까. 최저 기온이 영도 안팎임에도 체감 추위는 1월 못잖다. 환불은 무슨 환불, 오늘까지 닷새 연속 착용이다. 다시 겨울이 되어야 입을 줄 알았는데 벌써 본전을 뽑은 느낌이다.

근데 새 패딩 무지 가볍다. 구패딩은 벗을 때마다 지게를 내리는 기분이었는데 이 녀석은 어지간한 후드티보다 훨씬 가볍다. 이것이 과학 기술 문명일까? 현대 테크놀러지의 발전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 기세로 카키색까지 사오고 싶은 걸 꾹 참는다. 내년에는 내년의 세일이 있으니까.

3.

잘 할 거라고 오래 오래, 그것도 별 근거 없이 믿어온 게 셋 있다. 드럼, 요가, 그리고 발레.

재작년 드디어 드럼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러머 재목은 못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악보 보는 건 발군, 정확히 두드리는 것도 그럭저럭, 하지만 그루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리듬을 타기는 커녕 어찌나 긴장하고 경직되는지, 삼십분만 치면 목 어깨 등이 안 결리는 데가 없다. 처음 며칠은 디지털 드럼을 사겠다고 기염을 토했지만 슬그머니 수그러들어 지금은 드럼 스틱을 어디다 두었는지도 못 찾겠다. 성과라면, 드러머들의 멋진 삼두근은 드럼 연습하다 보면 덩달아 생기는 게 아니라 일부러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 정도다. 드러머들, 고생이 많다.

발레를 잘할 거란 상상은 타고난 근력, 그리고 바른 자세에서 기인한다. 특히 복부랑 종아리 근육이 끝내 주는데 전자는 헤벌쭉이지만 후자는 곤란하다. 안 그래도 부족한 기럭지와 더불어 나에게 얼마나 좌절을 안겨 주었던가. 발레를 시작하면 종아리 근육이 대폭 강화되는 대참사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발레리나치고 종아리 굵은 사람이 없질 않나. 에라 모르겠다, 잽싸게 등록했다. 3월부터 시작인데 한 달도 아닌 삼 개월치다.

요가로 말하자면 믿는 건 오직 유연성이다. 지퍼를 미처 못 보고 그냥 입고 벗은 옷이 도대체 몇 벌이던가. 다른 건 몰라도 피팅룸에서 옷 갈아입는 시간만 따지면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에 서도 손색없으리라 자부한다. 요가 시작할 거라고 떠든 지 좀 있으면 십 주년이다. 이십 주년 되기 전까지는 등록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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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글루 : 생일 선물 자랑 2010-04-25 21:30:28 #

    ... 스웨터에 입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요즘 같아서는 5월에도 터틀넥 스웨터만 믿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래고 대망의 셀프 선물. 난리난리 골라서 요란뻑적 주문한 부츠가 드디어 왔다. 마무리로 사진 찍겠다고 다시 한 번 오두방정.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자기 구두를 찍으며 초현실적인 다리가 안 되려면 얼마나 해괴 ... more

덧글

  • xmaskid 2010/02/11 21:33 #

    저는 덜컥 디지털 드럼부터 사놓고 ㅎㅎ 일년 개인레슨 했는데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그만뒀답니다. 문제는 드럼만으로는 독주하는게 어려워서 밴드를 하지 않으면 재미없더라구요ㅠㅠ
  • 2010/02/12 21:54 #

    디지털 드럼은 어떤가요? 드럼을 처음 쳐보고 해방감이랄까... 그런 거에 홀딱 반했거든요. 디지털은 어쩐지 그 점이 미흡할 듯해서...

    드럼은 확실히 기타처럼 독립적 악기가 아니죠. 밴드를 해서, 중간에 "드럼에 xmaskid!" "꺅!" 멋진 개인기 과시, 이래야 흥이 날텐데 말이죠.
  • xmaskid 2010/02/12 22:09 #

    아무래도 어쿠스틱 드럼보다는 못하죠 ㅎㅎ 저는 레슨은 어쿠스틱으로 받았는데 그 두들겨 부수는 느낌이란 ㅎㅎ 디지털 드럼도 하이엔드는 패드가 아니라 진짜 진동하는 막이 달려 있어 더 어쿠스틱 같다더라구요. 전 패드라 그런 맛은 좀 없어요 ㅠㅠ 특히 하이햇같은 심벌류들은 진짜ㅠㅠ 그런데 어쿠스틱 드럼은 너무 너무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사겠더라구요 ㅎㅎ
  • 2010/02/13 21:49 #

    역시 그렇군요. 전 한창 불붙었을 때는 어쿠스틱 사서 연습실을 임대할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저희 동네에서 차로 20분만 달리면 논두렁 밭두렁 많거든요. 한 달에 10만원이면 빌릴 수 있는 창고도 많아서^^;;;

    자식들 개러지 밴드하게 놔두는 미국 부모님들은 마음이 넓으신가봐요. 전 미국 단독 주택 정도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xmaskid님 말씀 들으면 아닌가봐요^^;;;
  • xmaskid 2010/02/14 23:28 #

    괜히 가라지 밴드가 아니죠 ㅎㅎ 가라지는 집에 붙어있지 않은 단독 건물일 경우가 많거든요 ㅎㅎ
  • 2010/02/15 22:02 #

    그, 그쵸. 우리나라처럼 집이랑 붙어 있으면 아무리 차고라도 그 소음이;;; 마음 좋은 걸로 끝날 일이 아니겠죠.

    외가쪽 친척들이 거의 미국에 살고 있음에도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 bluexmas 2010/02/11 21:41 #

    지게-_-;;; 거 참 적절한 표현이네요. 가죽자켓이 하나 있는데 무거워서 입고 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사무실에 앉아서 옷 벗고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입고 있으려니 어깨가 쑤셔서요-_-;;;
  • 2010/02/12 21:55 #

    전 스웨이드 롱코트가 있는데 그거 입는 즉시 HP가 반으로 깎이는 것 같아서 봉인 중입니다. 체력 좋은 아가씨한테 넘겨야 할런지 ㅠ_ㅠ
  • 레일린 2010/02/11 23:22 #

    으와 발레..진짜 부러워요. 전 ㄱ- 몸자체가 발레를 할 수 없는 .. 몸..이긔ㅠㅠㅠㅠ 엄마가 절 좀 어릴 때 가르치셨다면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요가는 그냥 혼자서 위핏 따라하는 정도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은근 할만하더라구요
    사실 저도 유연성은 있는가봐요.
    드럼은….오락실 드럼매냐 정도가 제 최선이긔…캬캭.

    아 제가 비록 투표는 못했지만 1번 이쁘다고 생각했는데..웅헤헤헤
  • 2010/02/12 21:57 #

    왜요?????? 레일린님 늘씬해 보이던데. 심지어 머리 모양도 툭하면 발레리나 스타일.

    위핏은 저도 살 뻔했어요. 누가 10kg 뺐다는 말에 귀가 팔랑거려서. 어물거리다 안 샀는데 샀으면 지금쯤 찬밥 아닐까;;;

    레일린님도 1번의 숨은 지지자였다니 든든합니다. 굽이 높아서 살짝 불안한데 지금부터 지옥 훈련이라도 해야 할까요ㅠ_ㅠ
  • 달에 2010/02/12 00:53 #

    부츠 도착하면 인..증샷 부탁드려요@0@ 헤헷
    프님은 바른자세로 배에 근육이 잡힌 탄탄한 몸매의 유연하면서도 근력도 있는 멋진 여성이셨군요♡
    그러므로 핑크토끼스타일 패딩패션도 괜찮으십니다! 헤헤.
  • 2010/02/12 22:01 #

    인증샷 접수했스빈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데, 복근 있다고 배 안 나오는 게 아니랍니다;;; 복근 위로 지방이 덮여요. 눈으로 보면 왕자가 있는데 만져 보면 그 푹신함이란 ㅠ_ㅠ 무슨 악어도 아니고;;;
  • 강우 2010/02/12 07:07 #

    오오 핑크목도리를 두른 눈사람! 보기만 좋은데요 뭐.
    유연하시고 근력이 뛰어난, 바른 자세의 탄탄하고 멋진 분이셨군요 ㅠ.ㅠb
    드럼 정말 힘들죠-_ㅠ
  • 2010/02/12 22:03 #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성급히 하신 말씀을 거두실 겁니다.
    저의 바른 자세는 작은 키가 조금이라도 커보이기를 바라는 몸부림이랄까.
    힘도 무지하게 세서 전성기 때는킥백을 3kg 덤벨로 했으니 호빗은 아니고 드워프에 가깝다고 봅니다.
  • JuNe 2010/02/13 06:21 #

    하지만 발레도 요가도 결국은 드럼의 전철을 밟는다면..( '')a
    ->매를 버는, 깨고 새로 만든 그릇-3-
    9cm 통굽 부츠는 20분 정도 걷기도 아슬아슬하다지요. 신다가 못 신겠으면 이쪽으로 넘기십..이라고 할래도 사이즈가 안맞는구만요 칫>3<
  • 2010/02/13 21:50 #

    안 그래도 그럴 가능성 매우 높구만 왜 초를 치는 거야 ㅠ_ㅠ
    흥, 중도 포기하면 다 네 책임이니 각오해라냐옹.
  • JuNe 2010/02/13 22:00 #

    식초도 쳐야 할 곳에는 쳐야 맛이라..( '')a
    오기로라도 하셔야지 왜 제 책임입니까꺄옹.
  • 2010/02/15 22:03 #

    무척 희망찬 등록이었는데;;;;
    그, 그래도 뭔가 해야지 몸이... 배가....
  • JuNe 2010/02/15 22:07 #

    그러니까 오기로 자자 힘을 내시라는(/ㅅ)/
    제 배는 뭐 이미 포기지경, 바디수트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 2010/02/17 19:10 #

    힘 내야지, 힘!
    지겨워도 동네방네 자랑해 놓았으니 이제 어쩔 수 없잖아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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